6장 장안성의 축조와 이거
6장 장안성의 축조와 이거
현재 평양은 대동강을 중심으로 18구 2군에 이르는 북한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이다. 장안성(長安城)은 이 중 대동강 북편의 평천구역, 중구역, 모란봉구역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유적으로서의 장안성에 대한 조사는 지속적인 도시화 등으로 인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고구려시기의 양상을 완전하게 복원하기 쉽지 않다. 다만 고려, 조선, 그리고 최근까지 단속적으로 이루어진 수개축(修改築), 즉 복원 정비 과정을 거쳐 현재 남아 있는 평양성과 조선시대에 그려진 〈기성도(箕城圖)〉를 통해 고구려 장안성의 원형을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는 있다.

그림1 | 기성도병(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장안성은 현재의 평양성과 동일하게 북에서부터 북성, 내성, 중성, 그리고 외성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경관에 대한 설명도 조선 후기의 모습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편리하다.
우선 북성부터 살펴보면 약 25만m2 면적의 북성은 을밀대, 최승대, 부벽루, 청류벽을 거쳐 내성으로 이어진다. 장안성을 산성과 평지성의 합체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산성에 해당하는 곳이 북성이다. 통로는 북문인 현무문을 지나 남으로 관통하면 남문인 전금문이 나오며, 부벽루 뒤편으로 암문이 설치되어 있다. 북성은 기본적으로 내성을 배후에서 방어하는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내성의 면적은 약 130만m2로 장안성의 약 11%에 해당한다. 이 내성의 성벽은 을밀대, 칠성문, 만수대, 주작문을 거쳐 대동강 쪽의 북성과 연결된다. 주요 통로로는 북쪽의 칠성문과 동남쪽의 대동문, 서쪽의 정해문, 남쪽의 주작문, 동쪽의 장경문이 있었으며, 북성과 내성을 연결하는 동암문도 있었다. 이 중 칠성문과 대동문은 현존한다.
중성은 장안성의 25%에 해당하는 약 300만㎡ 면적으로, 성벽은 크게 보통강 방향의 성벽과 대동교, 창광산, 안산을 거쳐 대동강 방향으로 조성된 성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중성의 서문인 보통문은 1962년에 지금의 위치로 옮긴 것이다. 이외에 정남문인 정양문, 동남문인 함구문, 동문인 육로문, 북문인 경창문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장안성 전체 면적의 62%에 해당하는 외성은 면적이 약 730만㎡로, 그 성벽은 대동강과 보통강 기슭을 따라 고구려의 도시유적으로 여겨지는 가로구획의 흔적이 남은 내부 구역을 감싸고 있다. 외성의 통로로는 남문인 거피문, 북문인 선요문, 동문인 고리문, 서문인 다경문이 있었다. 이 중 다경문의 위치는 외성 서편 강기슭으로 운하가 다경문을 통해 중성으로 흘렀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기록자료는 시기에 따라 내성과 중성에 대한 설명이 다르다. 이는 조선 인조대에 기존의 부성이 너무 넓어 이를 나누어 내성 부분만을 부성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부분을 중성이라 부르면서 생긴 일이다. 물론 이때 새롭게 내성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개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성터를 이용하였다. 그리고 이 기존의 성터는 뒤에서 살펴볼 자료를 통해 고구려 당시에 축조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렇게 볼 때 현재 평양성의 4권역이라고 할 수 있는 북성, 내성, 중성, 외성이라는 명칭은 조선 후기에 확정된 것이고, 이 명칭은 고구려 장안성을 설명할 때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이 고구려 후기 도성, 장안성에 대한 유적으로서의 조사와 연구는, 윤두수(尹斗壽)가 기존의 위치에 대한 논의를 보다 명확하게 정리한 『평양지(平壤志)』를 편찬한 것이나, 한백겸(韓百謙)이 평양성 외성 내부에서 확인한 전(田)자형 토지구획을 조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기전설(箕田說)」이라는 논고로 발간한 것을 기점으로 할 경우, 이미 400년이 훨씬 넘게 진행되어 왔다. 그 사이 새로운 자료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해석방식이 등장할 때마다 고구려 후기 도성으로서의 장안성이 갖는 역사적 의미도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새롭게 이해되었다. 이 글에서는 이 400년이 넘는 장안성의 실체를 찾아가는 과정을 몇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장안성이 고구려 역사에서 갖는 의미와 동아시아 도성제에서 장안성의 위상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하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