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고구려의 수군 격퇴와 그 영향

주지하듯이 양제(煬帝)는 장기간에 걸쳐 치밀하게 전쟁 준비를 마친 후 612년, 613년, 614년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고구려 원정에 나섰다. 612~614년 고구려-수 전쟁은 대규모의 인력과 물자가 총동원되었던 동아시아 최강국 간의 충돌이었다. 그리고 전쟁 당사국인 고구려와 수는 물론 주변 제세력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며 동아시아의 국제질서를 뒤흔들었던 사건이기도 하였다. 이에 학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다방면에 걸쳐 적지 않은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이 글에서는 고구려-수 전쟁에 대해 군사사적 관점에서 접근해보고자 한다. 즉, 군대 편성, 진군 노선, 전략과 전술 등을 검토하면서 고구려-수 전쟁의 구체적인 전개양상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1절에서는 612년 고구려 원정 준비 과정에서 이루어진 수군의 군단 편성, 조직체계, 병종(兵種) 구성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군단 편성의 경우 사료마다 상충되는 내용을 전하는 경우가 많아 적지 않은 혼란을 주고 있는데, 이에 대해 자세히 논해보고자 한다. 2절에서는 612년 고구려-수 전쟁의 구체적인 전개 과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양국 사이에 벌어진 성곽전의 양상을 검토하면서 수군의 문제점을 살펴본 후, 성곽전의 고전 속에서 편성된 수의 별동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 이에 대한 고구려의 대응전술을 규명하고자 한다. 3절에서는 613년과 614년 고구려-수 전쟁에 보이는 수군의 군단 편성과 전개 과정을 검토하면서 수군의 전략 변화를 규명해보고자 한다. 더불어 고구려-수 전쟁이 마무리되어 가는 모습, 그리고 양국과 국제정세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