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고구려-당 전쟁의 전개
6장 고구려-당 전쟁의 전개
일반적으로 전쟁사에 대한 연구 대상과 주제는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첫째, 전쟁의 배경이나 원인, 둘째, 전쟁의 경과 및 결과, 셋째, 전쟁을 구성하는 전략과 전술, 무기체계, 방어체계 등 군사 관련 등이다. 고구려-당 전쟁 연구에서는 전쟁의 배경이나 원인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동향은 4장과 5장을 참고하고, 이 글에서는 둘째와 셋째 주제와 관련된 연구를 중심으로 정리하도록 하겠다. 다만 고구려와 당의 전쟁에 대한 전체적인 연구동향은 기존 연구를 참고하기 바란다(박경철, 2006; 노태돈, 2011; 임기환, 2014).
어느 전쟁이든지 그 전쟁 자체의 경과 및 결과에 대한 이해는 사실상 전쟁사 서술의 기본 줄기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45년 고구려와 당의 전쟁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7세기 동북아의 전쟁에 대한 연구동향을 보면 전쟁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연구는 희소한 편이다. 대체로 개설서나 관련 단행본에서 전쟁의 전개 과정을 개설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李丙燾, 1959; 李萬烈, 1984; 이호영, 1998; 임기환, 1994; 전사편찬위원회, 1991; 임용한, 2001, 임기환, 2022).
이런 연구동향은 관련 자료의 한계성과도 연관이 있다. 고구려와 당의 전쟁에 대한 주요 사료는 『구당서(舊唐書)』, 『신당서(新唐書)』, 『자치통감(資治通鑑)』, 『책부원구(冊府元龜)』 등 중국 측 자료가 대부분이다. 사실 『삼국사기』 등에 국내 전승자료가 일부 전하고 있지만, 중국 측 자료에 비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이강래, 2007). 따라서 현존하는 자료가 보여주는 전쟁의 역사상은 중국 측 자료에 의거하여 평면적으로 구성되기 십상이다. 왜냐하면 전쟁이라는 주제는 전쟁 당사국의 입장이 서로 첨예하게 충돌하는 부분인데, 중국 측 자료에 의거해서는 당시 당의 입장이나 당군의 형세만 알 수 있을 뿐이지, 고구려의 내부 사정 및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이나 전략, 전술, 군사력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중국 측 자료도 전쟁 과정이나 구체적인 전투의 전개 양상을 추적하기에는 소략하다. 그나마 당 태종의 주필산전투 및 안시성전투의 경우 전황이 좀더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그 내용도 주로 태종과 당군의 입장이 깊이 투영된 자료라는 점에서 전투의 전체 양상을 밝히기는 어렵다.
이러한 자료 조건으로 인해, 개설적 차원에서 고구려와 당 전쟁의 전개 과정이 서술되고 있으며, 그것도 주로 민족사 관점에서 안시성전투 등 승리의 장면들을 중심으로 묘사되고 있는 실정이다.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이 7세기 동북아시아의 국제질서를 뒤바꾸는 전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전쟁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단지 침략과 방어, 승리라는 한정된 이미지에 그치게 된 점도 사실은 전쟁의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임기환, 2014). 향후 무엇보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의 진전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런 점에서 이 글에서는 645년 전쟁의 전투 상황 등에 대한 사료를 최대한 활용하여 전쟁의 전개 과정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