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석실봉토분
4장 석실봉토분
석실봉토분은 주검이 안치된 석실을 흙으로 덮고 쌓아 매장을 마감한 무덤으로, 고구려 후기 묘제로 이해되는 무덤이다. 지상에 드러나는 분구를 흙으로 쌓았다는 점에서 적석총과는 뚜렷하게 구별된다. 혼강과 압록강 중하류와 그 지류 유역에 집중 분포하는 적석총과 달리, 석실봉토분은 확대된 고구려 전 영역에서 확인되어서, 석실봉토분의 분포를 통해서 확대된 고구려 영역을 추정할 수 있다.
석실은 주검이 안치되는 방을 돌로 쌓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방은 한 쪽 벽에 문을 만들고 이 문 앞으로 분구 밖과 연결되는 통로가 이어진다. 이 통로를 통하여 시차를 두고 추가로 주검을 안치할 수 있게 되며, 통로를 통해서 옆으로 주검이 안치되어서 횡혈식 장법이라고 하며, 추가 합장이 가능한 구조를 횡혈식 구조라고 한다. 고구려의 횡혈식 구조 무덤은 대부분 돌로 축조해서 석실이라고 하지만, 이 외에도 벽돌로 축조한 전실, 벽돌과 돌을 함께 이용한 전석혼축실도 있다.
석실의 분구는 흙으로 쌓아서 석실봉토분으로 부르지만, 석실을 생략하고 봉토분으로 부르기도 하며, 봉토 분구를 생략하여 석실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석실은 태왕릉이나 장군총과 같은 계단적석총에서도 확인되므로, 석실분이 꼭 석실봉토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석실봉토분의 분구는 대부분 방형 평면이며 상부의 흙이 무너져 내려서 전체 형태는 상부가 둥근 방대형으로 보이지만 원래는 방추형에 가까웠을 것이다. 원형 평면의 반구형 분구도 있지만 많은 수를 점하지는 않으며, 대형분에서 원형 분구는 확인되지 않았다.
석실봉토분 중에는 돌로 기단을 만든 후 흙을 덮은 기단봉토분도 있다. 기단봉토분은 기단적석총과 마찬가지로 기단은 다듬은 돌로 방형 평면으로 쌓고, 기단 내부에 돌이나 흙으로 채워 평탄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단 위에 석실이 놓이고, 석실 주위와 위를 흙으로 쌓고 덮는다. 따라서 기단봉토분은 적석총의 기단 축조방법과 봉토 분구 축조방법이 결합된 무덤으로, 적석총과 봉토분의 결합형이라고 할 수 있다.
석실봉토분 중에는 석실 내부에 그림을 그려 장식한 벽화분도 있다. 벽화가 그려진 석실은 벽화가 없는 석실에 비해 석실의 규모가 크고 구조도 복잡하며 천장 가구도 여러 방법이 함께 사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간 석실봉토분은 주로 벽화분을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었다. 벽화분을 통해서 석실봉토분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설명하기도 하고, 벽화에 대한 자세한 관찰로 당시 생활상과 사회상 등 여러 측면에서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벽화뿐 아니라 벽화분은 건축기술에서도 창조성과 예술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석실봉토분에 반영된 사회적 의미는 적석총과 차이가 있다. 적석총은 무기단, 기단, 계단 등 지상에 드러난 분구 형태가 사회 내 위계를 상징하지만, 석실봉토분은 분구의 규모, 석실의 규모와 구조, 묘실 벽화 등이 사회 내 위계를 보여준다. 그러한 점에서 석실봉토분은 매장부 지향적인 묘제라고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