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마구와 마갑주
4장 마구와 마갑주
고고자료에 의하면, 고구려에서 말은 수레를 끌거나 사람을 태워서 이동하였고, 중무장한 병사가 말을 타고 전쟁에 나가기도 하였다. 이처럼 말을 부리거나 꾸밀 때 사용하는 모든 기물을 통틀어 마구(馬具)라고 부르거나 말갖춤이라고도 한다.
마구는 그 용도에 따라서 말을 부리는 제어용, 말을 타고 앉는 데 필요한 기승용과 안정용 그리고 말띠를 꾸미는 장식용으로 이루어진다. 제어용 마구로는 재갈과 굴레, 고삐가 있으며, 안정적으로 말을 타는 데 필요한 기승용 마구로는 발걸이(鐙子)가 있고, 말에 타서 안정적으로 앉는 데 필요한 기물로는 안장(鞍裝)과 흙이 튀는 것을 막아주는 다래(障泥) 등이 있다. 그리고 말을 꾸미는 띠장식구로는 띠꾸미개(雲珠)와 띠드리개(杏葉), 각종 방울 등과 사행상(蛇行狀) 기꽂이와 기생(寄生) 등이 있다. 이러한 각각의 마구 구성품을 서로 연결해주는 끈은 굴레와 가슴걸이, 엉덩이 부분의 후걸이로 나눌 수 있다.

그림1 | 마구 구성품(쌍영총 연도 서벽 기마인물도)
말갑옷은 말을 보호하는 한편, 재질을 달리하면서 말을 꾸미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고구려의 말갑옷이나 말얼굴가리개는 출토 예가 많지 않고 재질과 형태가 다양하지 못하다. 우산하992호분에서 철로 만든 말얼굴가리개가 출토된 바 있고, 통구분지의 일부 적석총에서 말얼굴가리개와 말갑옷편으로 생각되는 철편이 출토되었다. 이에 비해 안악3호분, 덕흥리벽화분, 삼실총 등의 벽화고분에 표현된 갑옷을 입은 말은 행렬이나 전쟁 장면에 등장한다. 이외에도 말의 발을 보호하기 위한 편자나 말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족쇄도 있다.
고구려에서 마구는 그 역할에 따라 수레를 끄는 차마구와 사람이 타고 이동하는 수단으로서 기승마구로 대별된다. 고구려 마구는 4세기에 출현한 신문물로 중장기병과 관련하여 해석하지만, 이는 기승마구에 해당되는 것이며, 기승마구 이전에 이미 제어용 마구인 재갈이 사용되었다. 특히 이른 시기 적석총에서 수레부속구의 하나인 차축이나 차할(車轄) 등과 재갈이 출토되어서 기승마구에 앞서서 수레용 차마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구려 유적에서 출토된 차마구나 기승마구는 전체 고구려 유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서 고구려 유물 연구에서 마구 연구는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마구 연구는 주로 기승용인 등자나 행엽, 운주 등을 통해서 시간에 따른 마구의 변화를 설명하거나 기승마구의 등장을 중국 동북지역의 모용선비와 관련하여 해석하고 있다. 그리고 고구려의 기승마구는 신라, 가야로 확산되었고, 신라와 가야의 마구는 일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