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기타 금속기
8장 기타 금속기
금속기 제작 과정은 원료의 확보와 도구의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이고 복잡한 공정을 수반한다. 이 과정은 고도의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과 유통 전 과정의 인적·물적 통제를 전제로 관계망을 조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회운영체제를 필요로 한다. 희소한 자원과 기술의 배타적 관리 역량을 보여주는 금속기 제작은 그런 의미에서 고대 국가 통치체제를 공고히 하는 과정과 밀접히 관련 있다.
금속기의 사회적 수요는 위신재인 착장형 장신구에서 시작해 군사력과 생산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실용 무기와 농공구로 확대되고 점차 일상 속 생활용구에 이르며 다변화되었다. 용도와 기능에 맞는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체계가 갖춰지고 다품목 생산과 보급이 이루어지면서 금속기의 일상성도 확대되었다. 당대 최고 기술력이 적용된 금속기의 보편적 활용 정도는 사회적 생산력과 자원 관리 역량, 국가 운영체제의 성장단계를 가늠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 장은 앞 장의 재질별·용도별 분류 안에 담지 못했으나 고구려 사회에서 다양한 성격의 금속기가 제작되고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유물들을 다룬다. 기타 금속기는 무기, 마구, 농공구, 장신구 등 통상적 대분류에서 일관된 용도나 기종으로 특정해 분류하기 어렵거나 출토 예가 많지 않은 것들이다. 출토 당시 온전한 형태가 아닌 경우도 많다. 그런 까닭에 당대인의 의식과 행위가 반영된 출토 맥락의 이해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매장시설에서 출토된 것일지라도, 주 무덤 내부와 부속시설 출토품의 의미는 다를 수 있으며, 명기로 부장한 것인지 장례의식 중 공헌물로 매장된 것인지, 생활시설에서 사용 중 폐기된 것인지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타 금속기를 매장시설과 생활유적 출토품으로 구분한 후 성격 추론이 가능한 대표 유물을 택해 그 특징을 개괄하였다. 매장시설 출토품은 다시 부장품과 무덤 장구(葬具), 무덤 부속시설 출토 금속기로 세분하였다. 마지막 절에서는 다양한 금속기 사용을 가능케 하였던 금속기 제작공정과 기술체계, 생산시설과 도구의 성격 등을 관련 유구, 자연과학적 분석, 출토유물 등과 함께 살펴보고 그 의미를 검토하였다. 출토품 중 고구려 제작품이 아닌 외래 유입 유물 중 당시 고구려의 사회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도 일부 포함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