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사신을 파견하여 조약 체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일본공사가 총리아문(總理衙門)에 보낸 서신과 김옥균(金玉均)이 나가사키 영사관에서 나눈 필담(筆談) 첨부 문서
조속히 朝鮮에 사신을 파견하여 조약 체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모월 모일 出使大臣 黎庶昌이 다음과 같은 서신을 보내왔다.
2월 10일, 昌字 제5호 서신을 삼가 올렸고 아울러 奏摺 등도 첨부하였습니다. 뒤이어 2월 4일에도 또한 축하 서신을 삼가 올렸으니, 모두 살펴보셨을 줄 압니다. 15일에는 보내주신 本字 63호 서신을 받았으며, 더불어 이전에 올린 原 奏摺 및 李 中堂大人과 주고받은 서신, 竹添進一郞와의주 001 『問答節略』 등도 보내주셨는데, 하나하나 모두 읽어보았습니다.주 002
각주 002)

竹添進 一郞가 말한 바는 실로 본디 지난 겨울 岩倉具視,주 003 井上馨와 何如璋 공사가 개인적으로 논의하였던 내용입니다. 현재 李 中堂大人께서 이를 이미 간파하시고 그들에게 [류큐의] 中島가 중국·일본 양쪽에 속하도록 하자고 요구하셨으니, 이는 류큐를 위한 장기적인 대책일 뿐만 아니라 또한 일본인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의리가 바르고 언사가 엄격하여, 일본인들의 교만한 기색을 은밀히 다스리기 충분하였습니다.1879년 겨울 이홍장을 방문한 다케조에 신이치로는, 이듬해 3월 이홍장에게 중국에서 일본이 서구와 같은 최혜국 대우를 누리게 해준다면 류큐 남부의 궁고도(宮古島)와 팔중산도(八重山島)를 중국에 넘겨주겠으며 이로써 양국의 국경을 획정하자고 제안하였다. 류큐 종사(宗社)의 보존에 집착한 이홍장과 총리아문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였으나, 이홍장이 다시 러시아와 이리조약이 체결되기를 기다리자는 지연 작전을 내세워 반대하였다. 결국 양국 교섭이 무산되고 청조에서 류큐의 병탄을 승인한 적이 없지만, 류큐에 대한 일본의 실질적 병합이 그대로 관철되었다.
해당 영사가 귀국할 것이라는 소식이 일찍부터 있었는데, 비로소 이전에 熊本 지역 주둔 병력을 이동시켜 沖繩의 수비 병력을 증강하자는 논의가 이 때문에 제기된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청에는 이 방안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따라서 반 달 전부터 사방에서 유언비어가 퍼지고 결국에는 주일본 공사 철수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으며, 이것은 橫濱의 프랑스어 신문에 처음 실렸습니다. 영국·일본 신문들도 이를 베껴 전파하였습니다. 영국·프랑스·독일 공사가 이를 근거로 질문해왔고, 곧 일본 外務省도 의구심이 없을 수 없었던 같습니다. 그래서 18일에 전보를 보내 문의하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23일, 21일에 발송하신 전보를 받았으므로 李 中堂大人께서 말씀하신 바는 응당 지시에 따라 이 논의를 천천히 제기해야 하니, 진실로 이 사안을 경솔하게 일일이 나열하며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요즘 일본이 대우하는 뜻을 보면, 처음 왔을 때 저희와 뜻을 같이하기 위해 접촉하던 것과는 조금 달라진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1월에는 본래 外務大輔 上野景範를주 004 중국에 파견하려는 의견이 있었으나, 지금은 또 잠잠해졌습니다. 이 사람은 이전에 영국 공사로 근무하였는데 교활하여 신뢰할 수 없으며, 아마도 森有禮의주 005 부하 같습니다. 이전에 宍戶璣가주 006 다시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또한 둘러대는 말일 뿐입니다.
竹添進一郞의 『節略』에는, “尙泰가주 007 원치 않으며, 일본에 머무르기를 요청하였습니다. 주일 본 중국 공사께서 함께 尙泰를 만나 그가 원하는 바를 상세하게 물어봅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일에 관해 저는 이전에 류큐 관원 馬兼才가주 008 찾아왔을 때 또한 나라를 세우는 것에 대한 류큐 국왕 尙泰의 뜻을 조금 물어보았습니다. 며칠 후 馬兼才가 밤을 틈타 다시 찾아와 말하기를, “中山國의 모든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찌 나라를 세우고 편안히 살 수 있겠습니까? 또 류큐에 있는 [외국] 사신이나 官民 모두 이 일을 들어 알게 되자, 또한 실망하여 탄식하고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두 섬[만]을 따로 중국에 귀속시키는 일에 대해 류큐 사람들이 반드시 감사의 뜻을 품지도 않을 것입니다. 일본 또한 은혜를 베푸는 척하는데, 우리가 [그 요구에 따라 일본이 중국에서] 최혜국 대우를 누리게 해주는 일은 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현재 조약[淸·日修好條規] 개정이 이미 가까워졌으니, 류큐 안건을 구실로 삼아 이 안건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商務에 대해서 논의할 만한 것이 없다고 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중국이 하루라도 승낙하지 않으면, 류큐는 하루라도 존속할 수 있습니다. 사실 류큐의 存亡은 중국의 得失에 그리 큰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줄어드는 것은 중국의 체면일 뿐입니다.
제가 일본에 있으면서 朝鮮 사태를 바라보니, 실로 절실하게 우려되는 점은 러시아와 일본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뿐 아니라, 서양 각국 또한 모두 朝鮮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올해 [제2차 수신사로 일본에 온] 朝鮮人들이 일본에 대해 깜짝 놀라 탄복하면서, 자못 [중국과 일본] 양쪽에 모두 걸치려는 의견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마땅히 시급하게 사신을 朝鮮으로 파견하여, 朝鮮을 위해 조약 체결 등의 사무를 처리해주어야 할 듯합니다. 또 반드시 釜山·元山津 등지에서 항구 한 곳을 찾아 군함을 정박시키는 곳으로 삼는다면, 다른 나라의 교활한 음모를 가라앉힐 수 있으니, 이 일은 동쪽에 울타리를 치는 가장 중요한 조치가 될 것입니다. 제 어리석은 견해를 모두 진술하였습니다. 엎드려 대신 [총리아문의] 堂憲께 회답하시어 살펴보실 수 있게 해주기를 빕니다. 이에 삼가 알리는 바입니다. 편안하시길 빕니다.
추가합니다. 새로이 神戶 영사로 파견된 候選內閣中書 馬建常은 2월 27일 東京으로 떠났으며, 이미 外務省에도 照會를 보냈습니다. 일본 측에서 認可狀을 보내오면, 馬建常에게 가서 인수인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삼가 아룁니다.
별지: 「朝鮮 관리 金玉均이 長崎의 理事署에서 나눈 筆談問答 『節略』」:① 朝鮮의 형세에서 일본과 연합하는 것만으로 러시아를 막기에 부족하니, 중국에서 관원을 파견하여 대신 외교를 처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② 새롭게 기초한 稅則이 타당하지 않으니, 朝鮮과 일본의 통상세칙 또한 중국이 대신 정해주기를 바랍니다.
첨부 문서:
1. 「朝鮮 三品官 金玉均이 나가사키 영사관에서 나눈 筆談問答 『節略』」 초록
[金玉均의] 답변:“閣下의 가르침은 제 의견과 정확히 부합합니다. 일본과의 연합이 어찌 러시아를 막는 데 충분하겠습니까? 제가 朝鮮에 있을 때 사사로이 나눈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 대략 일본은 프로이센·프랑스전쟁이 일어나면서부터 몰래 러시아와 결탁하는 것을 腹心으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그 결탁이라는 것이 반드시 깊고 굳은 것은 아니지만, 일본의 시각에서 본다면 또한 훌륭한 계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가 만일 중국 서북 변경 지역에 힘을 기울이면, 일본은 朝鮮에 힘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은 전혀 미심쩍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각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金玉均의] 답변:“仁川灣 개항은 조선 달력으로 올 8월로 허가하였는데, 듣자 하니 일본인은 이 기한에 앞서 부두를 건설하게 해달라고 청할 듯합니다. 작년에 關稅를 논의하면서 일본은 종래 서양 각국에 당한 속임수를 朝鮮에 옮겨 쓰려고 합니다. 따라서 朝鮮에서 누차 저지하며 버티지만 쉽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혹 우호 관계를 잃을 우려도 있습니다. 세금과 관련하여 일본이 원하는 바는 수입 상품에 대해 가격의 5퍼센트를 부과하는 것입니다. 작년 朝鮮 修信使가 東京에 갔을 때 何如璋 公使께서 일본이 구미 각국과 조약 개정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그 개정 시기를 두고 보다가 다시 논의하라는 뜻을 비밀리에 당부하셨습니다. 그래서 修信使는 결국 [합의하지 않고] 돌아왔습니다. 하물며 釜山·元山을 개항한 지 오래되었고 세칙 결정 기한이 이미 지났는데도 아직 관세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니, 이는 朝鮮의 利害와 아주 큰 관계가 있습니다. 또 朝鮮은 관세 등의 사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합니다. 지금 稅則 계획안이 있기는 하지만, 또한 엉성하여 적당한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 각하께서 만일 한번 보신다면 그 利害를 명확히 간파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전에 일본에서 公使를 교체하여 朝鮮에 보낸다는 말이 있었는데, 이 또한 관세 결정 문제 때문입니다.”
[金玉均의] 답변:“소위 開化라고 하는 것 또한 제쳐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말 위급한 시기가 눈앞까지 닥쳤습니다. 오로지 우리 주상전하께서 매우 간절히 우려하고 계시지만, 조정에는 단 한 사람도 그 속마음을 받들어 도우려는 사람이 없으니 애통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각하를 뵈면서 특별히 마음속에 조그마한 것조차 숨기지 않았습니다. 작년에 일본 사신 森有禮가 李 中堂大人을 만나 회담한 『節略』을 보면, 일찍이 朝鮮의 政令은 自主해왔다는 점을 누차 거듭하여 밝히고 있습니다. 또 萬國公法에는 “어떤 나라와 어떤 나라가 사안을 交涉할 때 다른 어떤 나라에 대신 처리해줄 것을 청하는 사례가 있더라도, 여전히 自主의 권리를 잃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제 朝鮮이 각국과 외교 관계를 맺는데, 만일 중국에서 고위 관원을 보내 대신 처리해 주신다면 朝鮮의 앞으로의 일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힐 수 있을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朝鮮의 앞날이 어떤 상황에 이르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金玉均의] 답변:“이런 사정을 朝鮮에서도 또한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급히 필요한 것은 연합할 나라를 얻고 중국이 대신 처리해주는 일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일본인을 통제하는 방법이자 朝鮮에서 크게 원하는 바입니다. 작년 朝鮮에서 이러한 각 사정을 李 中堂大人께 전달하기를 간절히 원하였으나, 그 간절한 바가 衆論에 구애되어 결국 솔직하게 전달될 수 없었습니다. 또 李 中堂大人 역시 여전히 朝鮮의 상황에 대해 모두 알고 계시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바라옵건대, 각하께서 朝鮮의 근황을 李 中堂大人께 전달해주시면 어떨지요? 만일 朝鮮이 스스로 깨닫도록 내버려 두신다면 事勢와 時勢가 어긋나 불가능할까 두렵습니다.”
[金玉均의] 답변:“미국과의 修交에 대해서는 李 中堂大人께서 전후로 서신을 주셨습니다. 저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작년에 朝鮮 領選使 金允植이 파견될 때 주상 전하의 친필 敎書 및 筵說草를 가지고 갔는데, 이미 적절히 논의된 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각국과의 조약 체결을 대신 처리해달라는 것은 지금까지 확실하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가 이렇게 아뢰는 것입니다. 그런데 러시아가 올 1, 2월에 朝鮮에 올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만일 미국이 그에 앞서 온다면 아주 해볼 만합니다. 또 다행스럽게도 일본과의 通商稅則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만일 일을 대신 처리해줄 중국 고위 관원을 朝鮮 수도에 주재하게 해주신다면 이러한 사안들도 의지하여 적절히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서둘러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釜山港에 있을 때 전해 듣기로는 王京 부근 仁川灣에 다른 나라 선박이 정박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비록 확실한 소식은 없었지만, 혹 러시아 선박이 먼저 온 것은 아닌지 제가 마음속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金玉均의] 답변:“朝鮮의 인심이 비록 분분하지만, 우리 주상전하께서 가지신 제압의 권위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다른 나라와의 조약 체결을 대신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 결코 다른 변경이 없을 터이니, 바라옵건대 閣下께서 시급히 도모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제가 전달한 바는 李 中堂大人께 알리셔도 또한 지장은 없습니다. 제가 여기 온 것이 비록 使命은 아니지만, 오늘 閣下를 뵈면서 애통한 마음이 들어 朝鮮의 근황을 하나하나 아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처럼 숨김없이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다만 비밀로 해주십시오.
- 각주 001)
-
각주 002)
1879년 겨울 이홍장을 방문한 다케조에 신이치로는, 이듬해 3월 이홍장에게 중국에서 일본이 서구와 같은 최혜국 대우를 누리게 해준다면 류큐 남부의 궁고도(宮古島)와 팔중산도(八重山島)를 중국에 넘겨주겠으며 이로써 양국의 국경을 획정하자고 제안하였다. 류큐 종사(宗社)의 보존에 집착한 이홍장과 총리아문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였으나, 이홍장이 다시 러시아와 이리조약이 체결되기를 기다리자는 지연 작전을 내세워 반대하였다. 결국 양국 교섭이 무산되고 청조에서 류큐의 병탄을 승인한 적이 없지만, 류큐에 대한 일본의 실질적 병합이 그대로 관철되었다.
- 각주 003)
- 각주 004)
- 각주 005)
- 각주 006)
- 각주 007)
- 각주 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