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부에서 박정양(朴定陽)을 처벌하지 않고 관직에 등용한 일을 조사하여 엄히 처리하라는 유지(諭旨)를 청해야 한다고 북양대신이 총리아문에 보낸 문서와 당소의(唐紹儀)가 조선 정부에 보낸 서신
조선 정부에서 朴定陽의 죄를 처벌하지 않고 다시 기용하여 관직을 주었는데, 만일 여전히 농간을 부려 일을 벌인다면 즉시 唐紹儀를 통해 비밀리에 조사하여 보고한 후 엄히 처리하라는 諭旨를 청해야 합니다.
10월 7일, 北洋大臣 李鴻章이 다음과 같은 문서를 보내왔다.
代理駐紮朝鮮交涉通商事宜 候選同知直隸州 唐紹儀가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습니다.
올해 9월 8일 조선의 신문에 “朴定陽에게 戶曹判書를 제수한다”는 내용이 실려, 이미 전보를 통해 李 中堂大人께 살펴보시도록 보고하였고, 아울러 지시에 따라 처리한 각 상황은 모두 전보로 李 中堂大人께 검토하시도록 보고하였습니다. 살펴보건대 升用道 袁世凱가 잠시 (휴가를 얻어) 중국으로 건너가자 조선 정부에서 갑작스레 朴定陽을 기용한 것을 보면, 분명히 시험해보려는 뜻이 있습니다. 이후 지시에 따라 서신을 보내 조선 정부를 견책하였습니다. 그 후 조선 국왕이 여러 차례 鄭秉夏를 파견하여 이렇게 전하였습니다.
국왕께서 조선 정부에 보낸 서신을 보았지만 답장하기 곤란합니다. 방법을 마련하여 대신 李 中堂大人께 너그럽게 허락해주시길 간청해주십시오.
저는 답하였습니다.
朴定陽은 章程 위반과 관련되어 처벌을 기다리는 죄인이고, 전에 罷職하는 刑典을 시행한 것도 이미 가벼운 벌에 해당합니다. 지금 다시 어떠한 연고로 등용하는지? 청컨대 귀 정부에서 여전히 그대로 罷職시켜 처벌하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방법입니다. 正道를 버리고 따르지 않으면서 별도로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간청하니 저로서는 실로 대신 요청하기 어렵습니다.
鄭秉夏는 다시 국왕의 뜻을 전하였습니다.
朴定陽이 전에 章程을 어긴 일에 대해 이미 정부에서 罷職을 시행하였습니다. 지금 비록 戶曹判書 관직을 내렸지만, 결코 중요한 직책이 아닙니다. 조선에서는 吏曹와 兵曹가 중요하며 戶曹는 吏曹·兵曹보다 훨씬 가벼우니. 큰 관계는 없습니다. 아무쪼록 방법을 마련하여 대신 요청해주십시오.
저는 답하였습니다.
일단 답장 서신의 원고를 보내면 살펴보고, 만약 큰 문제가 없으면 다시금 대신 요청하겠습니다.
이후 답장 서신의 원고를 보내왔는데 여러 차례 논박을 거쳐서야 비로소 “朴定陽이 章程을 위반한 내용과 李 中堂大人께서 검토하신 후 허락해달라”는 몇 구절이 덧붙여졌기에, 즉시 李 中堂大人께 전보를 보내 검토 후 훈시해달라고 하였습니다.
살펴보건대 朴定陽은 전에 升用道 袁世凱가 두 해 동안 논박하며 질책하자 조선 정부에서 罷職함으로써 비로소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기용하였는데, 그래도 사신으로서 교섭을 담당하는 중요 직책은 아닙니다. 조선 정부의 답장 서신을 받았는데, “한직을 주었으니 李 中堂大人께서 허락해주길 요청합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용어가 그래도 원만하여 잠시 마무리해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조선 정부를 견책한 서신 및 조선 정부의 답장 서신을 보고서의 첨부문서로 올리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삼가 李 中堂大人께서 엄한 批答을 내려주심으로써 제가 조선 정부에 대신 照會를 보내 앞으로의 일을 경계하도록 해주십시오. 이런 조치가 마땅한지 삼가 훈시를 기다립니다.
이런 보고를 받고 唐紹儀에게 다음과 같이 지시하였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조선 정부에서 朴定陽을 기용하여 戶曹判書를 제수하고 唐紹儀에게 대신 너그럽게 허락해달라고 요청하기를 간청하였다. 朴定陽이 전에 章程을 위반한 것은 사안이 중대하였기에 遞職하여 징계를 보이는 것으로 議定하였으니, 본래 다시 기용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다만 조선 정부의 말에 따르면, “한직을 주어 큰 관계는 없다”고 하며, 中國은 屬藩을 후대해 왔기에 아마도 엄하게 견책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朴定陽에게 중요 직책을 맡기거나 혹은 朴定陽이 감히 농간을 부리며 말썽을 부려 다시금 지난 전철을 밟는다면, 唐紹儀는 수시로 비밀리에 조사하여 보고하라. 반드시 즉각 엄히 처리하라는 諭旨를 청하고, 조선 정부에 照會로 알려 그에 따르게 할 것이다. 咨文을 보내 總理衙門에서 검토하는 것을 기다리라. 첨부문서는 보존하라.
이상의 지시를 직인을 찍어 내려보내는 것 외에, 마땅히 貴 아문에 咨文으로 알리오니 번거롭겠지만 살펴보십시오.
첨부문서의 照錄:삼가 제가 조선 정부와 주고받은 서신을 보고서를 갖추어 올리니 李 中堂大人께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별지: 「唐紹儀가 조선 정부에 보낸 서신」:朴定陽을 다시 등용하여 戶曹判書를 제수한 일을 견책합니다.
1. 「조선 정부에 보낸 서신」
삼가 알립니다.
전에 袁世凱 總理가 李 中堂大人의 전보 지시를 받았는데, “朴定陽은 이미 罷職되어 처벌을 기다리는 죄인이므로 이후 만일 다시 등용한다면 마땅히 보고하여 알려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朴定陽에게 戶曹判書를 제수한다”고 하였습니다. 살펴보건대 사신 朴定陽은 전에 미국으로 가서 中國의 章程을 어기고 국왕의 명령에 거역하였으니 사안이 아주 중대하였습니다. 이에 袁世凱 總理가 문서를 보내 귀 정부를 질책하였고, 罷職의 刑典을 시행하였다는 답장 照會를 받은 다음 李 中堂大人께 보고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朴定陽 사신이 형벌을 기다리며 아직 처벌받지 않았는데 다시금 戶曹判書를 제수하니, 귀 정부가 과연 어떠한 생각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만일 章程 위반과 명령 거역을 무죄로 여긴다면 罷職을 시행해서는 안 되었을 것입니다. 章程 위반과 명령 거역을 유죄로 생각한다면 단지 罷職만을 시행한 것도 이미 애써 용서해 준 것이 되므로, 나아가 다시 등용한다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귀 정부의 賞罰과 黜陟은 당연히 적절한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사신 朴定陽이 응당 벌을 받아야 하는데 상을 주거나, 이미 내쫓았는데 다시 승진시키는 것은 人臣된 자들에게 항명하고 거역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는 꼴입니다. 비단 처벌을 가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또한 높은 官秩로 영화를 누리니 忠을 가르치는 도리가 아니며 또한 政體上 마땅한 일도 아니고, 아마도 中國도 듣기 원하는 바가 아닐 것입니다. 생각기에 귀 정부에서도 필시 이렇게 나서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 갑자기 전후로 잘못과 차이가 이와 같은데 귀 정부에서 그것을 도모하니, 특별히 서신을 보내 질문을 드립니다. 정부에서 상세히 답장하여 대신 보고를 올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만 줄입니다. 복되시기를 바랍니다.
9월 19일.
별지: 「조선 정부가 唐紹儀에게 답한 서신」:朴定陽을 다시 등용하여 관직을 주었지만, 결코 높은 官秩이거나 重任이 아니니, 北洋大臣께 허락해 달라고 대신 간청해주시기 바랍니다.
2. 「조선 정부의 답장」
삼가 답장을 드립니다.
어제 보내주신 서신을 받고 모든 내용을 확인하였습니다. 살펴보건대 전 미국 사신 朴定陽이 章程을 거부하고 위반한 일은 사안의 내용이 중대합니다. 이 때문에 일찍이 조선 정부에서 罷職을 시행하여 징계를 보였고, 감히 중요 직책을 맡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朴定陽에게 戶曹判書를 제수한 것은 결코 조선 정부에서 官秩을 높이고 장려해서 쓰려는 뜻이 아닙니다. 앞서 징계하고 이후에 등용한 것은 일 처리에 죄송한 바입니다. 다만 한직을 주는 일은 큰 관계가 없는 것입니다. 생각건대 中國에서는 조선을 후대해 왔기에 조선 정부를 견책하는 데 이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귀 代理께서 북양대신 李 中堂大人께 검토하여 허락해주시도록 대신 간청해주신다면, 실로 순조로운 처리가 될 것입니다. 몹시 바라는 바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복되시기를 바랍니다.
9월 24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