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부인 흥선대원군의 석방과 귀국을 주청(奏請)하며 조선국왕이 총리아문에 보낸 문서
생부인 흥선대원군을 석방하여 귀국시켜 주시기를 주청합니다.
8월 12일 조선 국왕 이형(李㷗)이 다음과 같은 문서를 보내왔습니다.
조선은 오랫동안 황상의 은총에 의지하며 울타리를 지켜왔습니다. 근래 국세가 미약하여 사변이 누차 발생하였습니다. 내우외환이 한꺼번에 닥쳤으나 다행히도 황상께서 넓은 은혜로써 내복(內服)으로 여겨주심에 힘입고, 또한 왕공대인께서 깊이 염려하시어 계획을 세우시고 수륙으로 군대를 마련하여 서둘러 조선을 지원해 주셨기에 위기에서 벗어나 안정을 되찾고 흉도들이 그 위엄을 두려워하며 굴복하게 되었습니다. 조선의 군신들이 북쪽을 바라보며 칭송하고 마음속으로 깊이 감격하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 7월 13일, 제 생부인 흥선대원군이 사의(謝 意)를 전하기 위해 오장경 제독(提督)이 주둔하는 군영에 갔다가 그대로 정여창(丁汝昌) 제독과 함께 항해하여 천조(天朝)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오장(五臟)이 떨리고 가슴을 치고 눈물을 삼키며 마치 막다른 길에 몰린 듯하였습니다. 대원군은 올해 63세로 평소에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근래에 더욱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풍파와 안개와 이슬의 위험을 무릅쓰고 단신으로 멀리 가 버리셨으니 누가 구제해 주고 가엾이 여기겠습니까? 엎드려 생각건대 대황제께서는 지극히 인자하시고 효로써 천하를 다스리십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왕공대인께서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을 드리우시어 천자께서 대원군이 조만간 귀국하게끔 허가하시도록 대신 말씀드려 주셔서, 제가 자식으로서 지극한 정을 펼칠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대대로 무궁히 황은에 감격하며 칭송할 것입니다. 통곡을 그치지 못하고 은혜를 베풀어 주시기를 지극히 기원합니다. 이를 위해 응당 마땅히 자문을 보내야 하니 청컨대 살펴보시고 대신 상주해 주십시오. 이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