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수레부속구와 기타 마구

수레가 실물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여러 형태의 수레가 등장한다. 통구12호분에 표현된 수레는 두 사람이 끌고, 쌍영총에 표현된 수레는 소가 끈다(그림10). 그렇지만 고분에서 출토된 실물자료 가운데 수레의 차축과 함께 재갈이 출토되고 있어서 차마구로 볼 수 있다. 재갈과 함께 출토되는 수레부속구로는 수레바퀴축이나 수레바퀴축 끝장식과 수레바퀴축 끝장식에 끼워서 수레를 멈추게 하는 것 등이 있다.

고구려에서 수레와 관련지을 수 있는 기물은 성곽에서 출토된 수레바퀴축이 다수이며, 서북한 지역의 낙랑무덤에서 보이는 입형동기, 통형동기, 을자형동기 등 청동제수레부속구나 말머리장식(마면), 띠장식인 행엽 등의 장식구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이른 시기의 초대형 적석총인 환인 망강루 적석총에서는 차축두와 재갈이 출토되었고, 집안 마선구626호분과 임강총, 우산하2110호분에서는 차축두에 끼워서 수레를 멈추게 하는 멈추개가 출토되었고, 우산하540호분이나 산성하725호분에서는 금동제일산대꼭지장식이 출토되어서 고구려에서도 수레의 부장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그림10 |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수레

1. 쌍영총	2. 통구12호분
3. 덕흥리고분

그동안 고구려의 차마구나 수레부속구 자료가 적어서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환인 망강루 적석총의 재갈과 차축두, 집안 마선구626호분, 임강총, 우산하2100호분의 차할로 미루어 기승마구 이전에 차마구가 있었을 것이다. 우산하540호분과 우산하3105호분, 산성하725호분의 금동제일산대꼭지장식 등은 고구려에서 수레가 주요한 교통수단이었음을 시사하며, 안악3호분, 덕흥리벽화분, 통구12호분과 쌍영총에 표현된 수레가 이를 방증한다. 특히 고분에 부장된 차축두와 차할, 일산대꼭지의 부장은 저승세계로 나아가는 이동수단으로 부장되었을 것이다.

 

1) 수레바퀴축(차축)

고구려 유적에서 출토된 수레부속구는 대부분 수레바퀴와 관련된 것으로, 수레바퀴축 끝장식과 바퀴축 두 종류가 있다.

수레바퀴축 끝장식은 수레바퀴축 끝에 끼우는 것으로 차축두라고 부르는데, 중국에서는 차관(車輨)으로 부른다. 고구려 유적에서 출토된 차축두는 망강루4호 적석총에서 출토된 철제차축두가 있다. 망강루 적석총은 졸본 지역으로 비정되는 환인 지역에서 조사된 이른 시기의 규모가 큰 적석총이며, 특히 4호 적석총은 일렬로 배치된 6기의 무덤 가운데 위치하며, 금을 꼬아서 만든 귀걸이와 유리제이전(耳瑱) 등 귀금속제 장신구가 부장되어서 상위 신분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동명왕릉으로 비정하기도 하지만(張福有, 2005), 고고학적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 출토상황은 알 수 없지만, 차축두는 한쪽이 좁고 다른 한쪽이 넓은 원통형이며 좁은 쪽은 막혀 있고 뚫려 있는 넓은 쪽을 수레바퀴축에 끼우게 되어있다. 크기는 길이 7.1cm, 너비 4.8~6.5cm, 두께 1.7~1.9 cm이다. 넓은 쪽 지름은 성곽에서 출토된 중간 크기의 차축과 비슷하다. 원통의 뚫린 쪽 가까이에 서로 대칭되도록 장방형 구멍이 있어 이곳에 차할을 끼워 수레바퀴를 고정시킬 수 있다.

수레바퀴축에 끼우는 철제차축은 아직 무덤에서는 확인되지 않았고, 오녀산성, 패왕조산성, 고이산성, 석대자산성 등 주로 관방유적에서 출토되었다. 형태는 둥근 고리형에 방사상으로 돌기가 6개 있는 것과 안쪽은 원형 고리이나 바깥쪽은 육각형인 것 두 종류가 있다.

오녀산성의 서문지 근처, 4기문화층에 해당되는 3호건물지, 철기저장구덩이에서 출토된 차축은 원형 고리에 방사상으로 6개의 돌기가 있는 것으로, 크기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서문지 근처에서 출토된 것으로 보고된 것 중 큰 것은 지름 9.5cm, 높이 4.3cm이고 작은 것은 지름 9.1cm, 높이 3.8cm로 2개 모두 큰 편에 해당된다. 3호 건물지에서 출토된 것도 큰 편으로 잔존 지름 10.8cm, 높이 5cm이다. 철기저장구덩이에서는 같은 형태의 차축 6점이 출토되었다. 큰 것은 지름 10~11.6cm, 길이 4.8~6.2cm이고, 작은 것은 지름 6.9~7cm, 높이 3.5~4.2cm이다. 패왕조산성에서 출토된 것은 지름 10cm, 길이 5cm 정도로 비교적 큰 편에 속한다.

무순 고이산성에서 출토된 차축은 두 형태이다. 하나는 육각형 차축으로, 서문 바깥 경사면에서 출토되었다. 차축은 원형의 고리 형태이며, 안쪽은 원형이고 바깥쪽은 육각형이다. 지름 5.4cm이고 높이는 4cm로, 고구려에서 출토된 일반적인 차축과 형태가 다르며, 크기도 작은 편이다. 다른 하나는 오녀산성에서 출토된 것과 같은 형태로 고이산성의 동성 내 서쪽 구릉에서 7점이 출토되었다. 주조한 것으로 보이며 원형의 고리 형태로 바깥쪽으로 돌아가면서 방사상으로 6개의 돌기가 있다. 지름은 9~10cm이고 높이는 4~5.5cm이며, 차축의 두께는 1~1.2cm이다.

 

2) 차할

차할은 차축두의 구멍에 끼워서 수레바퀴축을 고정시켜 수레바퀴가 굴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 금이나 금동 또는 청동으로 재질을 달리하거나 여러 형태를 만들어 수레를 꾸미기도 한다. 고구려에서 차할은 관방유적과 중국에서 국내성 시기의 왕릉으로 비정한 바 있는 초대형 적석총에서 출토되었다. 마선구626호분에서는 철제차할이, 임강총과 우산하2110호분에서는 사람얼굴모양의 청동차할이 출토되었다.

마선구626호분의 철제차할은 제대로 추정되는 곳에서 토기 구연부 조각 1점과 같이 출토되었다. 마선구626호분은 계장식으로 축조한 무기단식적석총으로, 중국에서는 1~2세기의 왕릉으로 보고 있는 무덤이다. 차할은 길이 14.8cm, 너비 2cm, 두께 0.8cm의 단면 장방형의 막대를 구부려 만들었다. 막대의 한쪽 끝을 3겹 말아서 차할이 차축두의 구멍에 걸리도록 하였고, 다른 한쪽 끝에는 작은 원형 구멍을 내었다. 이 작은 구멍에 술을 달아서 수레바퀴축을 장식했을 것이다. 임강총과 우산하2110호분에서는 형태와 크기가 비슷한 청동제차할이 출토되었다. 임강총 청동제차할은 무덤 동쪽으로 13.5m 떨어져 나란히 있는 장방형 제대의 북쪽에서 18m 떨어진 지점에서 서편으로 치우친 돌 틈새에서 1점이 출토되었다. 청동제차할의 상부는 삼각고깔모양의 모자를 쓴 사람 형상이며, 두 손을 허리춤에 마주하고 있으며 마주한 두 손까지의 너비는 4.2cm이다. 몸체는 막대형이며, 전체 길이 14cm, 너비 2.1~2.4cm 두께 1cm 크기이다. 막대의 뒷면 손 아래쯤 되는 곳에 X자 부호가 새겨져 있다.

우산하2110호분의 청동제차할은 1983년 조사에서 확인된 2점으로 무덤의 동쪽 중간부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하며 현재 집안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2점은 크기와 형태가 같아서 한 쌍으로 보이며, 전체 길이 18.6cm이고, 너비 2.4cm, 두께 0.9cm 크기의 막대형이다. 상부는 삼각고깔모양의 모자를 쓴 사람 형상이며, 두 팔을 허리춤에 모은 자세이다. 1점은 몸체 하부 막대의 끝부분이 파손되어 구멍의 일부만 남아 있고, 다른 1점은 끝부분이 이등변삼각형처럼 되어 있고, 구멍은 온전히 남아 있는데, 이 구멍에 술을 달아 장식하였을 것이다.

오녀산성의 고구려 중기에 해당되는 4기문화층의 철기저장구덩이에서 출토된 차할은 길이 11cm, 너비 2.7cm, 두께 1~2cm 크기의 장방체로, 한쪽 면은 평평하고 반대 면은 경사졌으며 경사진 면에 돌기가 있어 차축두 구멍에 걸리게 되어있다. 돌기 아래에 작은 구멍으로 술과 같은 장식을 달아서 수레를 꾸밀 수 있다.

차할이 출토된 마선구626호분, 임강총, 우산하2110호분은 중국에서 국내도성시기의 고구려 왕릉으로 비정하고 있는 초대형 적석총으로, 우산하2110호분을 제외하면 제대로 추정되는 구조물에서 출토되어서 매장의례 과정에서 저승으로 가는 이동수단의 상징으로 매납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임강총과 우산하2110호분에서 출토된 사람 형상의 청동차할과 유사한 청동차할은 부여의 왕이나 귀족의 묘역으로 추정되는 길림시 모아산유적의 무덤에서 출토된 것으로 전하고 있어서 고구려와 부여의 관련을 시사하기도 한다(그림12).

 

3) 일산대꼭지

수레는 고대사회에서 신분을 상징하는 기물의 하나로, 금이나 은, 금동 등 귀금속으로 장식하였는데, 수레에 들어오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설치된 일산(日傘)도 수레장식 중 하나이다. 일산대꼭지는 일산의 살대 끝에 끼웠던 금속제 장식으로 개궁모(蓋弓帽)로 부른다. 일산대꼭지는 주로 서북한 지역 낙랑무덤에 부장된 수레부속구의 하나로, 처음에는 실제 사용 가능한 것이 부장되다가 3세기를 경유하면서 차츰 소형으로 명기화된 것이 부장된다. 고구려에서 일산대꼭지장식은 우산하540호분과 우산하3105호분, 그리고 산성하725호분에서 출토되었으며 모두 금동제이다. 덕흥리벽화분의 행렬도에 등장하는 두 수레의 일산으로 미루어 실제 고구려에서 일산이 있는 수레가 존재했음을 상정할 수 있다.

우산하540호분의 일산대꼭지는 금동으로 만든 것으로, 동쪽 측실에서 청동방울과 운주 등 말장식구와 함께 4점이 출토되었다. 전체 길이는 8.3cm이고, 살짝 굽은 원통형에 일산 천막을 끼울 수 있도록 나뭇가지처럼 고리가 나와 있다. 원통형 내부는 비어있으나, 일부는 일산대 나무 잔편이 남아있다.

우산하3105호분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4기의 매장부가 있는 연접된 계단적석총으로, 금동제일산대꼭지의 출토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며, 금동제뿔모양장식의 관(冠)장식구로 추정하여 보고되었다. 일산대꼭지장식은 길이 4cm, 지름 0.9cm의 살짝 굽은 원통형이며, 전체 형태는 우산하540호분의 것과 같고, 크기는 그것보다 작아서 실용기보다는 명기였을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출토상황은 알 수 없지만, 산성하725호분에서도 금동으로 만든 일산대꼭지장식 4점이 출토되었다. 전체 길이는 8~8.1cm이고, 일산대를 꽂는 구멍의 지름은 1.2~1.5cm이다.

 

4) 편자와 족쇄

편자는 말의 발굽에 덧대어 말의 발을 보호하는 것이다. 고구려의 편자는 고분과 성곽 등 여러 유적에서 출토되었다. 대개 철을 두들겨 만들었다. 전체 형태는 말발굽처럼 U자모양이며, 양쪽이 나뉘어 있는 조합형과 일체형 두 종류가 확인된다.

임강총에서는 편자 1점이 출토되었다. 일체형 U자 형태로 말발굽을 돌아가며 양쪽으로 못을 2개씩 박고 중앙에 못 1개를 박았다. 재갈, 차할과 함께 출토되었으나 기승마구는 확인되지 않아서 수레를 끌었던 말의 발굽에 박았던 편자로 추정된다.

태왕릉에서는 조합형과 일체형 두 가지 모두 출토되었다. 조합형은 초승달형 편 2개를 조합하여 가운데가 빈 공백인 U자형으로, 못을 박았던 구멍이 3개씩 있고, 크기는 길이 8.6~7.5cm, 너비는 2.1~2.8cm이고, 편자의 두께는 0.3~0.4cm이다. 못은 길이 2.8cm로 큰 편이다. U자형으로 연결된 일체형 편자는 양쪽에 못구멍이 2개씩 있다. 편자의 길이는 7.1cm, 편자 사이 너비는 6cm이고, 못은 길이 1.5cm이어서 초승달형 편자보다 작다.

장군총에서 출토된 편자는 일체형으로 U자형 발굽의 양쪽에 작은 못 2개씩 혹은 3개씩 박았다. 크기는 U자형의 양쪽 너비는 10cm이고, 발굽의 폭은 0.4cm이다.

산성하전창145호분에서 출토된 초승달형 편자는 소의 발굽으로 보고된 것인데, 태왕릉에서 출토된 것과 형태가 같다. 크기는 길이 11cm, 발굽의 폭은 1.4~2.2cm이고, 두께는 0.3cm이다.

족쇄는 말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양발에 끼우고 이를 고리로 연결한 것이다. 고분에서 출토되는 예는 확인되지 않으며, 4~5세기에 해당되는 오녀산성 4기문화층의 철기저장구덩이에서 출토되었다. 양발에 끼우는 것은 둥근 고리 형태로 고리의 한쪽에 자물쇠와 열쇠가 설치되어 있다. 자물쇠는 원통모양의 중간에 고정쇠를 끼우고 열 수 있도록 하였다. 중간에는 고리를 3개 연결하였다. 길이는 41cm, 너비는 9.3c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