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말 갑옷과 투구
3. 말 갑옷과 투구
마갑주(馬甲冑)는 말갑옷(馬甲)과 말투구(馬冑: 말얼굴가리개)를 함께 부르는 표현이다. 고구려에서 말투구는 우산하992호분에서 출토되었고, 철제말갑옷편이 단편적으로 출토되어서 말갑옷과 말투구의 구체적인 모습은 상정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안악3호분과 덕흥리벽화분, 마선구1호분, 삼실총, 개마총 등의 고구려 벽화고분에 그려진 중무장한 기병의 행렬도나 수렵도, 전쟁장면 등을 통해 말 갑옷과 투구 모습을 추정해볼 수 있다.
무덤에서 출토되거나 벽화에 묘사된 말갑옷은 철판을 이어서 만든 찰갑옷이다. 벽화분에 묘사된 말갑옷은 크게 신체 부위에 따라서 목가리개(頸甲), 가슴가리개(胸甲), 몸통가리개(身甲), 그리고 엉덩이 가리개(尻甲)로 나뉘며, 유적에서 출토된 방형, 장방형, 사다리꼴 등 여러 형태의 철판을 가죽으로 꿰어서 갑옷을 제작하였을 것이다.
철갑옷편으로 보고된 것 중에 마선구2100호분에서 출토된 잔존 길이 13.8cm, 너비 6.8~8cm 되는 커다란 사다리꼴 판, 중간에 연결구멍이 없는 천추총에서 출토된 길이 9.8cm, 너비 4.6cm의 장방형 판, 태왕릉에서 출토된 갑옷편 중에 길이 11.4~12.2cm, 너비 6.6~6.7cm 되는 장방형 판은 크기로 보아 말갑옷편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우산하3319호분과 산성하전창1호분에서도 말갑옷편으로 추정되는 철편이 출토되었다.
말투구는 말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말의 콧잔등에 얹어서 장식하는 마면(馬面)과는 구별된다. 고분벽화에 묘사된 말투구는 말의 머리 모양과 크기에 맞추어 철판을 잘라서 재단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 말의 두 눈 사이에서 콧잔등을 따라 내려오며 말 머리의 상면을 덮는 상판과 머리의 좌우 측면을 덮어 보호하는 얼굴덮개, 얼굴덮개의 좌우에 연결된 말의 볼을 보호하는 볼가리개, 그리고 정수리 부분과 이어지는 귀를 보호하는 챙 등으로 이루어졌다. 우산하992호분에서는 얇은 철판으로 제작된 6개 잔편이 출토되었고, 그중에 상부가 둥근 판은 말투구의 챙에 해당되는 것으로 길이 14cm, 너비 25cm이며, 얼굴가리개는 2개의 판을 못으로 이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전체 형태는 가늠하기 어렵다. 태왕릉 출토 반원형의 연결편이 있는 잔존 길이 6.3cm, 너비 5.3cm 되는 철편은 말투구일 가능성이 있다.

그림15 | 말 갑옷과 투구
- 1·8. 안악3호분 2. 개마총 3. 우산하992호분 4. 태왕릉 5·12. 마선구1호분 6·9·10. 삼실총 7·11. 쌍영총
- 1·8. 안악3호분 2. 개마총 3. 우산하992호분 4. 태왕릉 5·12. 마선구1호분 6·9·10. 삼실총 7·11. 쌍영총
고분벽화에 묘사된 말갑옷은 얼굴덮개와 챙, 볼가리개 등이 분명하게 묘사되었다. 특히 챙은 반원형과 중앙 반원형 좌우에 반원형이 덧붙여진 두 형태가 있다. 안악3호분이나 약수리벽화분의 말투구가 반원형으로 우산하992호분과 같은 형태로 추정된다. 반면, 덕흥리벽화분, 통구12호분과 마선구1호분, 삼실총, 개마총 등에서는 반원형 좌우에 반원형이 덧붙여진 형태의 말투구가 묘사되었다. 무덤의 구조와 벽화 내용에 따라 볼 때 반원형 챙이 이른 시기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