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생활유적 출토 기타 금속기
2. 생활유적 출토 기타 금속기
산성이나 관방시설 출토 금속기 다수가 용도 불명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체로 건축물이나 가구의 부속구로 사용된 일상 실용구로 추정된다. 건축기술 발전과 통치체제 고도화에 따른 대형 목조건축 보급 확대와 맞물려 금속 부속구의 수요도 증가하였을 것이다. 이들은 건축물의 부재를 연결하거나 보강하는 기능을 향상시키고 장식 효과를 내는 데 효과적이었다.
건물의 문이나 가구의 문을 설치하는 데 사용된 경첩을 비롯해 문지도리쇠, 문확쇠 등이 여러 산성과 관방 유적에서 확인된다(표2). 내부에 문지도리쇠가 결합된 대형 차관이 환도산성 2호문지에서 출토되었을 뿐 아니라, 구의동보루에서도 차관과 문지도리쇠가 출토되고 있어 차관이 수레의 부속구뿐 아니라 문지도리 부속으로도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홍련봉1보루 건물지 입구 돌확 주변에서 출토된 확쇠 2점은 문지도리 아래위에 하나씩 장착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밖에도 문고리를 비롯한 고리, 철대 등의 연결구를 비롯해 다양한 철제건축부속구가 확인된다.
표2 | 산성·관방유적 출토 주요 기타 철기
| 철기 | 그림 | 출토유적 |
| 자물쇠 | 16-5 | 오녀산성 |
| 자물쇠 빗장 | 17-8 | 영릉남성지 |
| 문지도리쇠 | 17-6 | 환도산성, 구의동보루 |
| 문지도리쇠 결합 차관 | 17-5 | 환도산성 |
| 문확쇠 | 17-14 | 홍련봉1보루, 용마산2보루 |
| 경첩 | 16-2 | 오녀산성, 환도산성 |
| 목심철판 | 16-6 | 아차산3보루, 오녀산성 철기저장공 및 주거지, 용마산2보루 |
| 깃대형투겁고리 | 17-7 | 홍련봉2보루, 환도산성 |
| 철제사슬 | 17-16 | 국내성, 환도산성 |
| 망태형철기 | 17-15 | 무등리2보루 |
| 부싯쇠 | 17-12 | 석대자산성 |
| 가위 | 17-13 | 석대자산성 |
오녀산성에서는 자물쇠, 회전고리, 걸쇠 등을 비롯한 각종 철제연결부속구와 함께 목심철판이 출토되었다(그림16-6). 일정 간격을 두고 못으로 연결된 철판 두 개의 측면 모습이 ‘ㅍ’자형으로 남아 있는 목심철판은 본래 목재의 앞뒤 표면에 철판을 대고 양 끝을 못으로 박아 고정시켜 가구나 건축 장식의 부속구로 사용한 것이다. 현재 목재는 남아있지 않고 철판 내부에 흔적으로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은데, 앞뒤 철판 사이 간격이 사용된 목재의 두께라 추정할 수 있다. 이처럼 목재 표면에만 금속을 부착해 경제성과 실용성, 견고성을 갖출 수 있었다. 오녀산성 주거지(F54)와 철기저장공(JC)를 비롯해 구리 아차산3보루, 용마산2보루 2호건물지에서 출토되었다.

그림16 | 오녀산성 출토 건축·가구 연결 부속구
- 1. 걸쇠 2. 경첩 3. 회전고리 4. 연결판 5. 자물쇠 6. 목심철판
- 1. 걸쇠 2. 경첩 3. 회전고리 4. 연결판 5. 자물쇠 6. 목심철판
환도산성에서는 한쪽이 나무에 결합된 갈고리가 연결된 쇠사슬(그림17-2), 뾰족한 끝을 다른 쪽 대상 철기와 결합할 수 있도록 한 쇠사슬(그림17-1) 등이 출토되었다. 이들은 천장이나 벽면에 고정시켜 다른 물건을 걸어두는 용도이거나, 특정 물체를 휘감아 고정시키는 용도였을 것으로 보인다. 홍련봉2보루에서 출토한 한쪽 끝에 투겁이 있는 길이 196cm의 철제깃대도 주목할 만하다(그림17-7). 두 가닥을 이루어 V자모양을 하고 있는 투겁 반대편 끝 두 개의 고리와 투겁 부근의 고리에 깃발 등을 고정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다른 형태이나 한 끝에 투겁이 있고 반대편에 고리가 있는 구조의 투겁고리가 환도산성 궁전지에서 출토되어 마찬가지로 깃대와 유사한 기능을 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그림17-4).

그림17 | 고구려 산성과 관방 유적 출토 기타 금속기
- 1. 대상 철기 결합 사슬(환도산성) 2. 갈고리(환도산성) 3. 경첩(환도산성) 4. 투겁고리(환도산성) 5. 문지도리와 차관(환도산성) 6. 문지도리(구의동보루) 7. 깃대형투겁고리(홍련봉2보루) 8. 자물쇠 빗장(영릉남성지) 9. 쐐기못(영릉남성지) 10. 고리(석대자산성) 11. 배목(석대자산성) 12. 부싯쇠(석대자산성) 13. 가위(석대자산성) 14. 문확쇠(홍련봉1보루) 15. 망태형철기(무등리2보루) 16. 추 달린 철제사슬(국내성)
- 1. 대상 철기 결합 사슬(환도산성) 2. 갈고리(환도산성) 3. 경첩(환도산성) 4. 투겁고리(환도산성) 5. 문지도리와 차관(환도산성) 6. 문지도리(구의동보루) 7. 깃대형투겁고리(홍련봉2보루) 8. 자물쇠 빗장(영릉남성지) 9. 쐐기못(영릉남성지) 10. 고리(석대자산성) 11. 배목(석대자산성) 12. 부싯쇠(석대자산성) 13. 가위(석대자산성) 14. 문확쇠(홍련봉1보루) 15. 망태형철기(무등리2보루) 16. 추 달린 철제사슬(국내성)
또한 무등리2보루에서 출토된 망태형철기는 말안장 뒷부분에 고정시켜 장식하는 사행상(蛇行狀)철기와 유사한 형태로 착장부, 연결부, 망태부로 이루어져 있다(그림17-15). 착장부는 투겁이 있는 작은 철봉형으로 끝에서부터 중간부에 이르는 부분은 S자형으로 휘어져 있는데 가느다란 철봉을 구부려 만든 끝부분은 고리를 만들어 철대를 엮어 만든 망태부와 연결시켰다.
이처럼 형태와 구조가 복잡한 철기들은 매우 숙련된 단야와 성형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뿐 아니라 이러한 구조를 가진 철기 제작에는 구조용 강(鋼) 중에서도 탄소가 적게 들어간 저탄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능과 형태에 따라 적절한 철 소재를 선별하고 활용해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전문 장인집단과 이를 가능케 하는 철기 제작시스템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이남규, 2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