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내용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검색
  • 디렉토리 검색
  • 작성·발신·수신일
    ~
고구려통사

8.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인식 논쟁

8.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인식 논쟁

1) 중국의 동북공정 관련 연구
동북공정은 중국 사회과학원 내에 설치한 변강사지연구중심이 동북 지역의 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과 더불어 2002~2007년까지 5개년에 걸쳐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동북공정은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로 통일적 다민족국가인 중국의 변경지역을 안정시키고 민족들을 단결시켜 사회주의 중국의 통일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장기적인 국가전략과 관련하여 국가의 안전 특히 동북 변경 안정과 아울러 낙후된 동북지역을 개발하여 지역 안정을 도모하고자 하였다. 이는 비단 역사 문제를 떠나 중국의 소수민족정책과 더불어 향후 남북 관계와 영토문제에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즉 만주 지역 및 한반도와 연관된 역사 문제뿐만 아니라 영토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비록 2007년 들어 5년간의 동북공정은 끝났지만, 소위 ‘포스트 동북공정’을 통해 그동안 개발된 논리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동북 3성에 의해 계속 추진되고 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제11차 5개년 사업(2006~2010)에 포함된 역사·영토 연구사업과 함께 길림성사회과학원에서도 고구려·발해 관련 연구비를 조성하면서 동북 3성 등 각급 학술기관에 의한 동북 변강사 연구는 양적으로 증가하고 질적으로 수준이 향상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둘러싼 한중 간 역사갈등은 기본적으로 역사관의 차이에 기인한다. 중국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입각하여 중국의 현재 영토 내에 있는 모든 민족의 역사가 중국사에 귀속된다는 영토주권론에 입각하여 바라보고 있어서, 고구려사에 대한 인식도 여기에 기인한다. 고구려를 중국의 소수민족 지방정권으로 파악하여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일사양용론(一史兩用論)에 입각해 역사를 바라보기도 한다.
중국은 2002년 동북공정을 시작한 시점부터 2007년 이전까지 수많은 논문과 저서의 간행을 통해 고구려사를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으로 설정하였다. 2007년 이후에도 중국 학계는 주요 몇몇 학술지를 통해 매년 수십 편에 달하는 저서와 논문 등 연구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고구려사 연구가 동북 3성의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동북공정의 연구 내용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동북공정과 관련된 중국의 연구는 중국 강역이론 연구, 동북 지방사 연구, 동북 민족사 연구, 고구려·발해국 문제 연구, 중·조 관계사 연구, 중국 동북 변강과 러시아 원동지역 정치·경제관계사 연구 등이다. 이 중 고구려사와 관련되는 연구로는 중국 강역이론 연구에서 고대 중국과 주변민족, 봉건시기 번속과 속국, 조공제도 연구 등이 이루어졌다. 동북 지방사 연구에서는 동북 변강역사 형성과 변천 연구, 동북 변강 영토, 역대 동북 변강민족 이민 및 정책 연구 등이 이루어졌다. 동북 민족사 연구에서는 족원, 문화 연구가 이루어졌다. 고구려·발해국 문제 연구에서는 고구려족 족원과 유향 연구, 고구려국 귀속 문제 연구가 이루어졌다. 중·조 관계사 연구에서는 조선반도 고문명 기원 연구와 조선반도의 국가·종족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중국은 고구려는 중국 땅에 세워졌고, 고구려 민족은 중국 고대의 한 민족이고, 고구려는 독립국가가 아니라 지방정권임을 주장하였다. 아울러 고구려는 중국에 조공하고 책봉을 받은 속국이라는 주장과 함께 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내전이었고,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가 아니고 고구려인 대부분은 중국으로 이주하여 중국인화되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동북공정과 관련한 연구동향 분석은 수차례 이루어졌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는 것은 부언하는 측면이 있어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여기서는 중국의 대체적인 연구경향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첫째, 고구려사 관련 연구물의 양적 팽창과 이를 주도한 연구자의 수적 확대를 살펴볼 수 있다. 기존의 연구자 외에도 상당수의 연구자들이 학술지를 통해 논문을 발표하고 있을 정도로 연구자의 폭이 넓어졌음을 살필 수 있다. 최근 박사학위논문을 제출한 신진 연구자도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둘째, 연구분야의 다양화가 주목된다. 종족 문제나 민족 문제, 중국의 동북 역사에 대한 외교관계 및 문화적 영향관계 등과 같은 전통적인 연구 이외에도 정치사, 문화 및 종교, 대외관계사, 역사지리, 사료 및 원전, 종족 기원 및 민족 문제, 신화 및 전설, 유민사, 금석문, 군사 및 전쟁사, 고구려사 귀속 문제, 복식 등에 관한 연구가 있다. 고구려사 관련 기존 연구성과에 대한 연구사 검토 논문이나 저서, 관련 분야 논저 목록 등도 출간되었다.
셋째, 동북공정 이후 중국은 기본적인 연구시스템을 마련하여 동북공정 논리를 변함없이 견지하면서 보완, 심화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고구려 연구는 동북공정 종료 후에도 양적으로 증가하였고 질적으로도 향상되고 있다. 논리적 타당성이 부족한 주장은 도태되고 보완이 필요한 주제에는 중견학자들이 전략적으로 포진하여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넷째, 비교적 짧은 기간에 고구려 고고유적에 대한 고고학적 조사와 정비가 상당수 진행되고 있는 것에서 보이듯이 고구려사 관련 고고자료 정리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주요 고구려 고분, 산성 등에 대한 발굴조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그에 관한 성과가 학술지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동북공정과 이후 포스트 동북공정은 중국의 현안인 동북 변강정책이나 다민족통일국가정책 등과 긴밀하게 연관된다. 반면 한국 측 입장은 역사귀속 문제나 역사왜곡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 차를 고려하면 조정하거나 합의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역사분쟁의 본질적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 향후에도 중국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는 동북공정의 연장선상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북 3성 지역에서의 연구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학술지나 저서, 보고서 등을 통해 연구성과가 계속 발표될 것이다. 중국 측의 고구려 유적 조사나 복원 정비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정호섭, 2013). 중국은 향후 역사연구에 있어서 논리 보강과 한국 학계에 대한 연구비판이 더 강화되고, 제3국에 동북공정식 역사인식을 알리고 자국 국민에게 애국주의적 역사관을 교육하는 데 더 매진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고구려와 발해, 고구려와 부여, 고구려와 고조선의 역사적 맥락을 자국사 안에서 연결하는 논리 개발에 보다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김현숙, 2016).
 
2) 동북공정에 대한 비판적 연구
한국 학계는 2003년부터 동북공정이 고구려사를 비롯해 한국의 고대사를 빼앗고 백두산과 간도를 영원히 장악하려는 국가프로젝트라고 비판하였다. 전통적으로 한국은 꾸준히 고구려를 한국사로 인식했지만, 중국은 고구려를 자국의 역사로 편찬한 적이 전혀 없었으며, 심지어 옛 중국인들은 한반도와 만주에 사는 사람들을 동이라고 비하하여 불렀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특히 한국은 지형적, 문화적 영속성을 근거로 한민족 형성의 한 흐름 속에서 족적 계통론에 입각하여 고구려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계승성을 강조하고 있다. 전통시대의 중국은 공간적, 종족적, 문화적으로 단일한 공간이 아니었고, 현재의 중국과 명백히 달랐기에 그것을 동일시하는 역사인식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러한 동북공정의 역사왜곡에 대한 한국 학계의 비판은 중국이 주변으로부터 중국 자신의 역사인식에 대해 비판적 문제 제기를 받은 최초의 사례다. 중화주의에 입각한 패권주의적 역사인식 내지는 영토주의에 입각한 팽창주의적 인식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이다. 2004년 8월 한국과 중국의 외교 관계자가 만나 고구려사 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정치 문제화하는 것을 방지, 중국 측은 중앙 및 지방 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한 한국 측의 관심에 이해를 표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 나감으로써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 학술교류의 조속한 개최를 통해 해결 등 5개 항목의 양해사항을 구두로 합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북공정과 관련한 연구결과는 지속적으로 이어졌고, 한중 학계의 합의점은 쉽게 도출되지 못하였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중국에서 고구려 연구의 성장뿐만 아니라 한국 학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 학계의 비판은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비판은 몇 갈래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첫째 중국 동북공정의 배경이나 내용과 이에 대한 비판을 다룬 것이다(윤휘탁, 2003; 여호규, 2004; 이성제, 2004; 최광식, 2004; 박장배, 2005; 김정배, 2006; 조인성 외, 2010; 이석현 외, 2010 등). 둘째, 동북공정의 세부내용을 비판하고 한국사로서 고구려의 정체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다(서영대, 2004; 김현숙, 2004; 박경철, 2004; 조희승, 2006; 이인철, 2010; 정병준, 2007 등). 셋째, 고려나 발해의 고구려 계승성을 구명하고자 하는 것이다(박용운, 2004; 안병우, 2004; 최규성, 2004; 박한설, 2004; 한규철, 2004 등). 넷째, 고구려사를 요동사 내지는 요동 역사공동체의 범주로 이해하는 것과 관련한 논쟁이나 한국 학계의 대응논리에 대해 다룬 것이다(김한규, 2004; 박원호, 2007; 조법종, 2007; 임기환, 2006; 김영심, 2011 등). 다섯째, 동북공정 이후 소위 포스트 동북공정에 주목하는 것이다(윤휘탁, 2003; 임기환, 2006; 최광식, 2008; 정호섭, 2013; 김현숙 외, 2016; 김현숙, 2022).
이러한 연구를 통해 중국 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고구려는 종족의 기원과 역사계승의식에서 한국사이고, 중국세력을 몰아내는 과정에서 건국, 발전한 독립국이었으며, 중국과의 조공·책봉은 고대의 외교형식으로 속국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고구려와 수·당의 전쟁은 국가 간에 발생한 국제전쟁이었고, 고려나 발해는 고구려의 계승국임을 역사적으로 밝혔다. 이러한 동북공정과 관련하여 한국 학계가 제시한 중국 학계에 대한 비판적 검토는 동북공정의 배경을 이해하고 한중 역사갈등의 현황과 과제를 짚어보고,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에 편입하려는 중국에 대항하여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으려 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한국 사학계의 역사인식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한 새로운 관점이나 과제 제시, 동북공정 종료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포스트 동북공정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한편, 북한 학계의 동북공정과 관련한 연구동향이 분석되기도 하였다(김현숙, 2012). 일본 학계에서도 동북공정과 관련한 역사 귀속 문제를 다룬 논고가 2004년경부터 2010년까지에 걸쳐 제출되었다(下條正男, 2004; 澤喜司郎, 2004; 山本勇二, 2004; 金光林, 2004; 井上直樹, 2005;徐勝, 2005; 坂井臣之助, 2005; キムジョンウン·戸澤健次, 2005; 李成市, 2008; 古畑徹, 2008).
중국이 동북공정 이후 장성보호공정, 장백산문화론, 요하문명론, 청사공정 등 역사공정이나 다양한 이론을 연결하는 것은 고조선에서 발해까지의 역사를 중국 역사화하려는 의도라고 보인다. 이러한 중국 측의 움직임은 고구려가 중국 소수민족의 지방정권이라는 전제하에 진행된 동북공정이 점차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측면을 반영한다.
한중 두 나라의 역사 문제에 대한 갈등은 양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양국은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역사 문제로 인한 갈등은 비학문적인 영역인 정치나 다른 영역으로 확대되지 말아야 하고, 학문적인 측면에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역사갈등 해결에 대한 감정적이고 비상식적인 자세가 아닌 보다 열린 자세가 양국에게 요구된다. 동북아시아 역사갈등은 국가, 민족을 기반으로 하는 근대 국민국가의 틀에 의해 역사인식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인식을 토대로 하는 상황에서 역사갈등은 해결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국민국가의 유산인 국가, 민족 중심의 역사인식에 대해 성찰할 필요성도 있다.
오류접수

본 사이트 자료 중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였거나 사용 중 불편한 사항이 있을 경우 알려주세요. 처리 현황은 오류게시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 이메일 등 개인정보는 삭제하오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8.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인식 논쟁 자료번호 : gt.d_0010_0020_0030_0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