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답서한에 부젠과 시치에몬 일당이 모략(謀略)한 일을 기재한다는 의견과 통신사 내빙을 순조롭게 처리하라는 지시
一. 동 21일 밤, 사카이 사누키노카미님 저택으로 가셨더니 마쓰다이라 스오노카미님의 집 안 분을 초청하셨으므로, 겐야 호인(玄冶法印)주 360님 쪽에서 기다린 후 가서 [사누키노가미님을] 만나셨다. 그때 이전에 말씀드린 맹세서를 지참하여 보여 드렸다. 사누키노카미님이 이 맹세서를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이제 이대로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다만 조선과 관련된 조항들을 기재할 때 떳떳하지 않은 일은 없을 거라는 의미를 쓰는 게 좋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그대가 국법을 어기고 막부를 속이고 비의(非義)를 꾀했다고 부젠과 시치에몬 일당이 중상하여 고발했다. 그들이 허위를 만들어 냈음이 조사를 통해 결정되어 처벌이 행해졌지만, 이를 기재해야 한다”고 하셔서,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게 작성할까 생각했지만, 누가 봐도 떳떳하지 못한 건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작성하면 오히려 꺼림칙한 저의가 있는 듯이 들릴까 우려되어 그와 같이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말씀하신 바가 지당하니 이제 지시하신 대로 쓰겠습니다. 정서가 끝나면 가져와서 혈판(血判)주 360하겠습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때 “맹세서는 내 쪽에서 받아 오이노카미님께 건넬 것이다. 이것은 거리를 두려는 의도가 아니다. 지난해 잇켄 때에도 내가 그대에게 가담했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들었다. 내 생각은 조금도 그렇지 않다. 어떤 일이라도 사리에 맞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가령 그대의 편을 들어 생각한다 하더라도 그릇된 일을 했다면 어떻게 좋게 말해 줄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마음먹은 바가 좋지 않은 사람은 그 마음의 부정직함으로 인해 도리어 선(善)을 악(惡)이라 여기고, 비(非)를 이(理)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이같이 여러모로 소란에 이른다고 생각한다. 조금도 격의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니 이제 오이노카미님께 말하시오”라고 사누키노카미님이 이르셔서 감사히 여긴다고 인사드렸다. 또 아뢰기를, “맹세서를 오이노카미님께 드릴 때 또 사누키노카미님에게 제출하라고 그분이 말씀하시면 어떻게 할까요?”라고 하니, “가령 거절하더라도 억지로 건네야 한다. 다음 달 1일부터 오이노카미님이 당번이니 그때 그분에게 제출하시오. 이즈노카미님도 쇼군과 친밀한 사람이니 맹세서를 보여 주어야 한다”고 하셨다. 사누키노카미님이 또 말씀하시기를, “이번 통신사 내빙과 관련하여 별일은 없는가? 지난 잇켄으로 다툼이 있어 저 나라가 수상하게 생각하니 연기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라고 하셔서, 고운인님이 “통신사 내빙의 일은 별일이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쪽에서 권위를 가지고 빡빡하게 요구하면 오히려 저쪽이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고 쇼군의 뜻이라고 하지 않으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막부가 특히 신경을 써서 지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막부의 면목상 좋지 않으니, 저에게 지시하신 내용을 토대로 전하고자 합니다. 만일 지체되면 조선에게 흉사(凶事)의 단초가 될 거라고 잘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씀드리니, 사누키노카미님이 “그대의 생각이 지당하다. 쓰시마로 돌아가서 피차 순조롭도록 처리하기 바란다”라고 하시어, 이때 고운인님이 “말씀하신대로 통신사를 요청할 때 제가 쓰시마에서 지시하면 가장 좋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답하셨다. 사누키노카미님이 또 말하시기를, “소 사누키는 언제쯤 도착하는가?”라고 하셔서, “곧 도착할 겁니다. 하지만 그것을 전할 사자가 도착했다는 소식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고운인님이 대답하셨다. 산슈(사누키노카미)님이 말씀하시기를, “시치에몬의 아들과 시마카와 다쿠미는 주살했는가?”라고 하셔서, “사자가 도착할 때 속히 주살했다면 이미 처형이 끝났을 겁니다”라고 고운인님이 말하셨다. 또 아뢰기를, “지난번 말씀드렸듯이 조선에 보내는 서계는 담당자가 없으면 안 됩니다. 박식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구별해 내는 일은 신속하게 끝내기 어렵습니다. 초로(長老) 세이도(西堂)라면 문재(文才)가 없다 하더라도 의젓함은 있을 겁니다. 그러면 위 서계 담당관에게 보초로와 함께 일했던 시종을 붙이면 서계를 작성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번 로주님들의 지시로 곤치인과 상담했더니, ‘서계를 작성할 인재가 고잔 중 한 사람도 없다’고 했습니다. 초로 세이도(西堂)라 칭하면서 사원을 갖고 학령(學領)주 360을 하사받은 사람이 문학의 재능이 전혀 없다면 실로 고잔의 치욕이며, 막부에 말씀드려도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고잔 내에서 서역(書役)을 하명받아 지행(地行)주 360을 하사받은 사람으로서 문학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평소 어떤 일을 직분으로 삼고 있다는 거냐며 오쇼(和尙)와 논쟁을 할 정도로 얘기했습니다”라고 말씀드리니, 산슈님이 “그대의 말이 모두 지당하다. 이 곤치인은 승록(僧錄)에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모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대가 내밀하게 인재를 수소문하여 그 이름을 써서 로주들에게 말하라. 그러면 곤치인에게 알리고 교토쇼시다이(京都所司代) 이타쿠라 스오노카미(板倉周防守)주 360에게도 전해서 쇼군의 명이라는 형태로 지시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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